Ra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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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6 02:50
재생

겨우 숨만 붙어 살아난 이후로 악몽은 매일같이 반복 됐다. 손 대면 검은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들. 그것은 여러 모양이었으나 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모두 같은 사람이었으며, 라울은 그게 누군지 알았다. 눈을 뜨면 보이는 부서진 몸은 눈을 감으면 검은 재가 되어 흩어진다. 결국 악몽은 그를 좀먹고, 고통에 굴복한 이는 질책하듯 이야기를 써넣어 각성이라는 이름으로 악몽을 몸 안에 들였다. 둘은 하나인 지라 꺼내두면 제 내장을 내어놓는 양 굴었고, 밤이면 밤마다 함께 했다. 원리도 성분도 알 수 없다. 꿈은 무의식이며, 예지고, 기시감이니,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마, 섞여들어 오는 다른 색은 없었을 것이다. 그 안에 … 짙게 깔린 악몽과 희미한 색이 뒤엉켜 회색이 된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가를 수 없다 말하던 것처럼 어둠에도 잘라낼 수 없는 중간이 생겼다. 우울에 숨은 이는 주변을 검게 물들였음에도 더 이상 정보를 담기 싫어 눈꺼풀을 닫았으니 알지 못하다, 그의 눈물 자국 위로 연한 손 끝이 스치고 목소리가 에워싸면 남자가 돌아온 것을 깨달았다. 검은 안개에 퍼져 어두운 안에서 잠잠히 읊어주는 이야기들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양지에 드리우는 두꺼운 구름 그림자나, 끝없이 내리는 장마 같은 것들에 잠긴다. 제가 안개에 갇혀 있던 만큼, 그의 안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젖은 땅 가운데서 부는 바람을 느껴보고서야 제 머리로는 알 수 없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대로 배우지 못 해 늘 차치해뒀던 마음을 나누는 의미가 뭔지, 빈 곳을 채운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완전히 알 수는 없어도 그제야 약간이나마 받아들인다. 조금 뜨거운 듯한 체온이 닿는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단지 무력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자는 하지 말라는 것들만 하고, 원치 않는 일만 시키고, 도망가면 쫓아온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눈을 뜨면 여전히 악몽 속에서 어두웠다. 내내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달싹인다. "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밀어내고 어둠 안으로 숨어도 어떻게든 찾아오는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의 체념과 약간의 안정으로 죽은 이름 안에 그를 들였다. 고요히 숨소리만 들리다, 막사를 가득 채운 어둠이 서서히 잦아들어 원래의 시야를 되찾는다. 악몽을 꾸게 한 이는 돌아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그래도 되는 건가…. “ “ 악몽은 나고, 나는 악몽인데. “ “ 엉망진창으로 깨져있어서 한참을 채워야 할 텐데 …… “ 젖은 숨이 한 번 들어찼다, 흔들리는 호흡과 함께 빠져나간다. 막힌 천장 아래, 발치로 물방울이 두어개 떨어진다. “ … 우리는 … “ 첨부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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