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oul
Mon cher Lou
·
2025-06-26 03:03
Bisous.

연애 안 하느냐는 말은 왜 묻는 걸까. 일에 몰두하면 투명한 벽 안에 들어있는 양,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그야, 할 일 않고 제 무료함 채우려 물어대는 한낱 쓰잘머리 없는 질문은 대답할 가치가 없지 않나. 사회성이라는 무리생활의 기초 자격이자 가장 큰 평가 기준에 맞추기만 한다면 그 외 교류는 관심 밖이다. 수려한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어쩌다 겹치는 공통된 사연이 내게 먹을 것을 주지도 않을 테며, 돈 많은 측근이라 봐야 어디 그 돈이 내 돈인가. 일가친척에게마저 기대지 않겠다 단언한 놈이 어쩌다 닿은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정적 속에 책장 넘어가는 소리를 끊으며 내 말을 들었느냐, 보이지 않는 벽을 깨부수고 건드려 오는 통에 안중에 없던 이를 시야에 들인다. 사람 귀찮게 말고 너나 많이 하지 그래. 언제나와 같은 대답을 출력한다. 종종 여기 재미 들여 같은 물음을 반복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개중 괜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무심히 되 뱉는 무정함에 흥미를 느껴 접근하는 취향 특이한 것들도 있었다. 각자 다른 개체여도 행동의 양상은 유사했다. 완벽주의의 표방을 긁어내리며 연애 한 번 못 해본, 인정머리 없는, 성적 능력 부재 등의 같잖은 수식어를 붙여가며 특별한 취급 받기를 원했다. 그들이 지어낸 이야기는 내게서 비칠 수 있는 흠결의 가능성이라 채워두지 않으면 훗날 약점이 될 터였고 그런 이유로 요구는 간혹 받아들여지나 언제나 얼마 가지 못했다. 나를 전부 안다며 단단히 착각에 빠져 거만하게 저는 다를 거라 자신하던 그들은 제멋대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맡겨놓은 양 감정을 내놓으라 밀어붙였다. 이들은 으레 없는 게 나올 리 없어 결국 버텨보려다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다. 혹은, 감정을 얻을 수 없다면 몸이라도 구하는 인간이나, 엿먹어보라는 심보 하나로 부러 접근해 사람을 깔고 뭉개려는 자식, 내가 받아들인 사랑이란 그 정도였다. 육체적 교류로 약점이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보강하는 재료. 이는 사고가 있고 날이 갈수록 공고해졌으며, 내 계획엔 더는 필요치 않게 되었고, 존재하기만도 버거워 거짓으로라도 다른 이를 담을 여유는 없었다. 영원히 남들이 말하는 ‘그 기분’은 알지도 못 할 것이다. 아쉽지도 않다. 모르는 개념은 애당초 돌아볼 처음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리 당연히 생각했다. 첨부 파일 닿은 온기를 좇아 나의 의지로 잡은 손은, 손가락 하나 뿐이었어도 따뜻했다. 내가 아무런 계획 없이 본능으로 온기를 찾아갔음을 그는 알았을까, 그 시간 이후로 손은 놓이는 법이 없었다. 실망하는 얼굴이 두려워 눈을 바라볼 수 없음에도 숨기고 싶지 않아 치부를 드러낸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불확실하기 그지없는, 가려진 약속을 의심 없이 믿는다. 몸을 내어줌에도 더 주고 싶어 가장 큰 약점에 손을 대도 받아들이고, 보조개가 패는 뺨을 볼 수만 있다면 지금 까지 해왔던 모든 일을 부정하는 게 어려워도 노력할 수 있었다. 이제껏 스쳤던 모든 살성에서 감정이 교차한 적이 있었나? 웃는 얼굴에 내 심장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옴을 느낄 수 있던가? 감정이 빛이 되어 내리쬐는 감상적인 기분은 왜 드는 걸까. 답잖은 모습에서 비롯된 질문을 그러모아 깨어진 조각을 투과시켜 한 점으로 모이는 지점을 바라보면… 아마도, “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 “ 당신을 좋아하나 봐. “ 이는 선언이자 받아들이지 않아도 상관 없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나다운 ‘통보’였다. 일방적인 이야기에 답을 바란 적은 없으므로, 처음 마음을 읊을 적만 해도 네가 어찌 답하든 상관 없었다. 단지 인정한 진실을 전하며 말 없는 맹세를 했을 뿐이다. 마음이 끝나도록 시선은 당신에게 붙박고, 지금까지 계획해 만든 자신을 지우고,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향하는 것만으로 같은 바람을 맞는 기분이 들었으니 잃어버린 길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당장은 너와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만 있다면 가시밭길이라도 좋았다. 진부한 연애소설과 함께 고루한 서술과 감상을 공유하게 되어도 나의 이런 모습은 우습지 않고 되려 당당하기만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모두 부서진 채로 살고 있으니 조각나도 괜찮다는 말을 따라 그대로 두었던 마모된 모서리, 무늬로 쳤던 갈라진 실금에서, 이를 모두 알고 감수하려 해도 새어드는 불안을 막을 수가 없었다. 맞잡은 손이 타인의 눈에 듦을 걱정해 현실적인 문제가 선명해질 때엔 내게 멋대로 기대하고 요구했던 이들과 똑같을 욕심이 피어올랐다. 그의 결함이 되고 싶지 않아 이 정도의 거리도 무관하다 암시해도 그럴수록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 통증은 몇 가지 상황에서 두드러지곤 해서, 근원을 찾아 막아둔 덮개를 열고 바닥을 짚어보면 분명한 모양이 만져졌다. 당신이 벗겨내 드러난 해묵은 감정들 중에서도 가장 두껍게 쌓인 먼지를 털어낸 상자 속에는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아직 여리고 무른 어리숙함이 있었다. 그것은 무엇도 바라지 않겠다 과신한 내가 흔들릴 때마다 저 스스로 작은 함에서 나와 나를 붙들었다. 빈 곳에서 문장을 찾아 고요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서로를 아는데, 네가 나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왜 솔직하지 못하냐 다그쳤던 언젠가가 무색하게 다가설수록 거짓을 고한다. “ 바라는 거 없어. ” 실은, 미움 받고 싶지 않아. 네가 했던 말들을 이해하고 표정을 살피며 부쩍 가까워진 거리로 자연스레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밤, 몇 날 며칠을 곱씹던 네 바람을 꺼내 물을 용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얼추 비슷해진 체향을 안정제 삼아 잠들었으면 그만이고, 싶은 무책임한 생각으로 말을 걸었다. “ …루. “ 막 잠들려다 깨어나 잠긴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에 말했던 거… 바라는 게 뭐였어? 물으면 끌어당겨 품에 안았는데, 가슴에 닿은 뺨에서 울리는 작은 고동이 있었다. 조금 더 파고들어 귀를 대고 듣는 약간은 빠를 지도 모르는 심장 뛰는 소리가 편안했다. 그래, 이거면 됐다. 네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내 욕심은 버려둘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감정이다. 늘 그래왔듯 필요하지 않은 감정은 잘라내면 그만이니까. 눈꺼풀이 닫힌 어둠 안에서 자를 만큼의 영역에 재단선을 그으려던 순간에, “ 당신이 이 관계를 더 욕심냈으면 해. “ “ 나를 알고 이해하는 걸 넘어서, 당신이 바라보는 '나'의 곁에 자연스레 스스로를 두고 “ “ 그걸 당연하다고 여겼으면 좋겠어. 다만, 내 부탁이나 요구가 아닌 당신의 선택으로…. “ “ 그리 해도 된다고 확신을 가지기를 바라. “ 만약 이를 위해 우리 관계에 어떤 호명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리 해도 상관없으니까. 네 손을 잡고 도달한 지점에서 만난 기분은 어찌 부르면 좋을지, 눈시울이 뜨겁고 목이 메었으나 분명히 슬픔은 아니었다. 이는 어쩌면 앞으로 너를 마음껏 욕망할 수 있다는 기쁨이겠지. 본능을 따라 거리낌 없이 한 문장이 떠오른다. 진부하고 고루한 소설의 뻔한 서술. 그만큼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제일 공통된 감정이며, 계획되지 않은 세상 속에서 가장 크게 닦인 길이다. 사랑이 생존에 필수는 아니다. 밥을 먹여주지도 않고, 입혀주지도, 재워주지도 못 한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그렇게 중요한가. 사무치게 가지고 싶은 당신만 허락해준다면 함께인 길이 가시밭길이라도 좋으니. 첨부 파일 Bis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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